성북문화재단 도서관본부가 신경림 시인의 기억 속의 문인과 성북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이현우 시인에 대한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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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베스트셀러였던 [찔레꽃]의 소설가 김말봉의 의붓아들로 이현우 시인이라는 이가 있었어. 정식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었는데, 동국대학교에 잠깐 적을 둔 적이 있어서 나랑 친해졌지. 이 사람은 집을 한 번 나오면 보름씩, 한달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명동을 맴돌았어.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나오면 말이야, 맨 처음으로 넥타이가 빠져나가고 윗도리, 구두, 와이셔츠까지 하나씩 없어지곤 했지. 그러다 러닝 차림이 될 즈음이면 배다른 누이동생이 찾아 왔고, 또 못이기는 척 집으로 끌려 들어가. 소문에는 그가 여러 신문에 동시에 연재되는 김말봉의 소설을 대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초고로 넘겨지는 소설들을 원고지에 옮겨 쓰는 일이 그가 하는 일인 것 같았단 말이지. 종종 이현우가 오랫동안 거리를 떠돌면 연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거든. 그런걸 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을 한 것 같지는 않고. 내가 마지막으로 그사람을 만난건 직장에서 편집일을 할 때였어. 점심시간이 되어서 출입구쪽이 시끄럽다 싶더니 수위가 나를 찾더라고. 따라 나가보니 문앞에 거지가 있어. 이현우가 거지행색의 젊은이들이랑 쭈그리고 있던거야. 나를 보더니 ‘봐라, 내가 나오라카몬 이놈아는 나온다캈잖아!’라고 소리치더라고. 그리고는 자기들이 밥 먹는데는 따로 있다면서 돈만 받아가지고 사라지는데, 꼭 거지대장의 몰골이었지. 그 후로는 부산에서 거지꼴로 돌아다니는 걸 본 사람이 있다고도 했는데, 80년 이후에는 아무도 그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어. 군부가 사회정화 어쩌고 할 때 부랑자로 몰려서 잡혀가 죽었을거라고 친구들은 지금도 그렇게 여기고 있지. |
끊어진 한강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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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되어 생사를 모르는 외삼촌인 이현우 시인을 그리며...아직도 기다리는 친구들과 함께 펴낸 시집"끊어진 한강교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내게 자신이 쓴 원고지 한뭉치를 건네며..."훈아! 니가 이것좀 보관해라" 하고 떠나신 후 지금까지 소식없는 분이시다. 내가 마흔살 되던해(1994년)에야 보관하던 원고지를 들고 삼촌의 친구분들을 찿아 나서게 되었고 비로소 이 시집은 출판되었다. |
'끊어진 한강교에서'의 일부 |
그 날,
나는 기억에도 없는 괴기한 환상에 잠기며
무너진 한강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 위에는 낙일이 오고 있는데
그래도 무엇인가 기다려지는 심정을 위해
회한과 절망이 교차되는 도시
그 어느 주점에 들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의 비극의 편력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취기에 이지러진 눈을 들고 바라보면
불행은 검은 하늘에 차고
나의 청춘의 고독을 싣고
강물은 흘러간다.
출처 |
*신경림 이미지 - 신경림 제공
*이현우 이미지 & 끊어진 한강교에서- 페이스북 : 시인 이현우
https://www.facebook.com/hyunwoosamchon/
*이현우 인물정보 - 국어국문학자료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90103&cid=41708&categoryId=4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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