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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마음을 담은 서재

[2023년 3월 서평]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도서관 사서들의 서평 | 사서의 마음을 담은 서재

괄호가 많은 편지

 

 

서명  |  괄호가 많은 편지

저자   슬릭, 이랑

발행  |  문학동네, 2021.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본 일이 아주 오래다.”

 편지를 쓰다 보면, 그 일이 생각보다 더 상대를 오래 생각하고 말을 고르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단 1초의 머무름도 없이 상대방과 이야기하기 일쑤인 세상에서 어렵게 쓰인 편지는 참 귀하다. 「괄호가 많은 편지」는 두 아티스트 슬릭과 이랑이 서로에게 보내고 받는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그들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좋은 화자이자 청자이기도 하다. 서로의 일상과 우울, 또는 소소한 기쁨에서부터 비거니즘, 동물권, 페미니즘, 자기 결정권 같이 뜨거운 화두의 이야기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해하게 오가는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글을 끝내야 할지 고민이 길어져 나도 괄호로 글을 끝내 본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서명  |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저자   신시아 라이런트 지음, 부희령 옮김.

발행  |  문학과 지성사, 2005.

  

  “존재와 존재가 만나 이루는 작은 기적”
  그럴 때가 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낄 때 누군가의 온기가 닿아 마음이 풀릴 때 말이다. 여기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외롭고 여린 존재가 또 다른 외롭고 여린 존재를 만나 온기를 나누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 남들보다 느린 아이가 거북이를 만나 세상과 소통하고, 은퇴한 교사가 늙은 개와 함께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무심한 아들이 앵무새를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존재와 존재가 맞닿아 온기를 나누고 서로 연결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작은 기적 같은 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