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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문인 아카이브/밤이 선생이다 : 문학비평가 황현산

[황현산 문학비평가] 밤이 선생이다 #2 – 황현산을 만나다②

성북문화재단의 '문인사 기획전'은  성북에 기반한 문인들 중 당대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을 매년 한 분씩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2015년은 신경림 시인, 2016년은 조지훈 시인, 2017년은 황현산 문학비평가를 조명해보았으며 2017 성북문인사 기획전의 황현산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황현산 문학비평가] 밤이 선생이다 #1 – 황현산을 만나다① 을 읽어보세요


 

 

 

 인터뷰: 황현산을 만나다 2. 쓰여진 대로의 번역

 

 

대학 시절 <어린 왕자>를 처음 번역하시고 이후 다섯 차례나 재번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이 각별해 보입니다.

 

군대 갔다 와서 대학원에 들어갈 등록금을 벌기 위해 <어린 왕자>를 번역했어요. 그 당시에는 굉장히 멋지게 번역한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다 엉터리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번역에 대한 나름의 입장이 생겼어요. 덜 멋지게 번역을 하고 원문 그대로, 써진 대로 번역하자. ‘직역이라는 표현보다는 쓰여진 대로 번역하는 태도. 쓰여진 대로만 번역해도 굉장히 훌륭한 번역이 되는데 잘 파악을 못하니 괜히 자신의 말을 붙이고, 자신의 말투로 번역을 해온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읽는가, 번역을 잘하는가 물으면 마음을 비우고 해라, 선입관을 갖지 말고 써진 그대로 읽으라고 조언합니다. 이미 자신이 가진 어떤 것에 비추어 읽으면 안 읽어지고, 못 읽고, 깊이가 부족해지는데 번역도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 하고 있는 작업이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번역 작업인데 1차 번역을 어제 끝냈습니다. 이전에 선배들이 해놓은 번역이 있는데요. 옛날 번역일수록 의역이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직역이 많아져요. 직역을 해도 이해가 됩니다. 우리말이 표현의 영역에 있어서 발전을 해왔고, 또 프랑스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커졌습니다. 개항 이후로 세계가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각 언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완화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 같은 사람은 보편언어가 생겨난다고 했어요. 번역을 해보면 프랑스 말과 한국말이 결코 같아지진 않음에도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어떤 보편성을 얻게 되고,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보편성을 얻게 되는 것 같다는 전망을 합니다. 자신이 쓰는 언어에 대한 보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써진 대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써진 대로 번역할 때 보편성이 늘어나고, 또 보편성이 늘어났기 때문에 써진 대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투박하고 딱딱한 문체의 번역이 역설적으로 가장 본연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사례가 떠오르는데요. 젊은 나이에 독일로 이주한 작가 타와다 요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어(母語)는 일본어이지만 독일어도 유창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녀의 행보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적지 않은데, 이주 일본 여성이 독일에서 일종의 제2외국어라 할 독일어로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독일어가 독일인들이 볼 때 굉장히 흥미롭다고 합니다. 문법이나 체계는 물론 독일어이지만 굉장히 다른 방식의 독일어 표현, 낯선 독일어 문체에 현지인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들었습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한 카프카만 해도 원래 독일 사람이 아니었죠. 한국에서는 이미륵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19193.1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일본을 피해 독일로 망명했지요. 이미륵이 쓴 독일어를 독일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방인이 쓴 독일어 문장이라서 굉장히 순수하게 써지는 것입니다. 시는 처음부터 언어를 낯설게 씁니다. 번역을 해도 낯설어야 해요. 가령 프랑스 시를 전라도 식의 흥청흥청한 말투로 번역을 하면 마치 한국 토박이 시인 같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번역은 늘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있어요. 그럼 번역이 천해지죠.

 

 

 

 

 

[황현산 문학비평가] 밤이 선생이다 #1 – 황현산을 만나다③ 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참여자:

김소원 성북예술창작터 큐레이터

김주영 아리랑정보도서관 관장

김호진 아리랑정보도서관 사서

이종찬 문인사 기획전 아카이빙 코디네이터

장유정 성북예술창작터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