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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문인 아카이브/기억속의 문인 그리고 성북 : 시인 신경림

[신경림 시인] 기억 속의 문인 그리고 성북 #3 - 조지훈 시인

성북문화재단 도서관본부신경림 시인의 기억 속의 문인성북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조지훈 시인에 대한 기억

 

조지훈 시인은 고려대에서 교수를 지냈거든. 그때만 해도 아버지가 학교 교수면 나는 시험도 안치고 등록금도 안 내고 아버지가 계신 대학에 입학할 수가 있었어. 지금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지. 그런데 조지훈 시인은 자기 자식들을 절대로 고려대로 입학하지 못하게 했어. 당시에도 아셨던 거지.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말이야.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내는 것도 못하게 할 정도였는데 뭐. 어쨌든 사모님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거지.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등록금도 안 내고 보낼 수도 있는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하니. 하나도 아니고 둘째까지. 그래서 가끔 남편을 향해서 ‘멍텅구리!’라고 잔소리를 한 거야. 그걸 막내가 듣고는 ‘아, 우리 아버지는 멍텅구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웃음) 시인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멍텅구리라고 듣더라도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아니라면 안 가는 거지. 그렇게 살지 않고 어떻게 시를 쓰겠어. 그분은 그랬어. 진짜 시인이었지. 생각하고, 살고, 쓰는 분이었어. 그래서 지금도 그분의 시가 읽히는 걸 거야. 참, 조지훈 시인이 돌아가시고 사모님은 그동안의 한을 풀 듯 막내한테는 과외부터 시작해서 하고 싶은 걸 다 시키셨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 말이야. 그래서 서울대 갔어. 지금 엄청 잘 됐어. (웃음)

 

 

조지훈의 시

풀밭에서


바람이 부는 벌판을 간다 흔들리는 내가 없으면 바람은 소리조차 지니지 않는다

머리칼과 옷고름을 날리며 바람이 웃는다
의심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나즉히 바람이 되어 흐르는 소리.

 

어디를 가도 새로운 풀잎이 고개를 든다
땅을 밟지 않곤 나는 바람처럼 갈수가 없다
조약돌을 집어 바람속에 던진다 이내 떨어진다
가고는 다시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에 나는 영영 살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풀밭에 쓰러진다 던져도 하늘에 오를 수 없는 조약돌처럼
사랑에는 뉘우침이 없다 내 지은 죄는 끝내 내가 지리라
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바람속에 간다.

 

출처

*신경림 이미지 - 경향신문

 

*조지훈 이미지 - 영양문화관광

http://www.yyg.go.kr/tour/tour_guide/photo?idx=46700&list_num=3&category_1=%EC%A7%80%ED%9B%88%EB%AC%B8%ED%95%99%EA%B4%80&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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