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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문인 아카이브/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시인 조지훈

[조지훈 시인]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4 – 윤희상 학생


성북문화재단은 청록집 발간 70주년을 맞아 성북 주민들이 바라보는 조지훈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고려대 생활도서관 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학생 윤희상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이중 철학과 윤희상이라고 합니다. 올해 6월부터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문학동아리 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생활도서관 소개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은 1990년 정부의 도서 검열과 판매금지도서 지정에 반대하여 학문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고자 학생들에 의해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입니다. 생활도서관은 지식의 계급적 고착화를 막고 모든 민중에게 책을 읽을 자유와 학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천명하며 수행합니다. 생활도서관에는 조지훈 시선을 비롯하여 한국 현대시의 시선, 시집 등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조지훈과 나, 조지훈과 고려대 



조지훈 시인과 고려대와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조지훈 시인은 1948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로 초빙되었고, 이후 1960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평위원을 역임, 1963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에 부임하여 1963년 영면하실 때까지 활동하셨습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인문계캠퍼스 국제관 앞에 조지훈 시비가 설치되어 있고, 조지훈 시인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조지훈 시인 작품의 매력이라면 흔히 알다시피 민족적 전통에 대한 애착이나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적인 서정성일 것 입니다. 조지훈 시인은 자연적이고 전통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중간 쉼표를 치듯 삽입되는 청각적 자극들, 또는 그 소리들이 사라진 침묵의 이야기들이 시인의 작품을 외형적인 수사와 묘사에서 내면적인 사유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작품 꿈 이야기 역시, 풍경의 관찰과 묘사가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묘사를 뒷받침하는 침묵과 고요의 서사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조지훈 시인의 작품은 제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쓴다고 여기는 행위들이 때로는 지나가버린 것들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의 문제와 직결됨을 알려줍니다. 조지훈 시인과 그의 작품은 비단 제가 고려대학교 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더 많이 알아가고 싶은 시인입니다.


조지훈 시 


 

꿈 이야기

 

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헌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 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 모롱잇길로

喪輿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老人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喪輿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