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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문인 아카이브/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시인 조지훈

[조지훈 시인]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2 – 신경림 시인

 

성북문화재단은 청록집 발간 70주년을 맞아 성북 주민들이 바라보는 조지훈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신경림이 기억하는 조지훈 시인 

 

조지훈 시인은 저한테는 직접적인 스승은 아니지만 강의도 들었고 스승이나 마찬가지죠. 제가 문단에 나갈 때 추천을 해주신 분이 조지훈 시인과 박남수 시인이었으니까, 두 분의 추천을 받고 문단에 나섰으니까 어떻게 따지면 직접적인 스승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제가 다른 분의 집에서는 자고 그러질 못했지만 조지훈 시인의 집에 가서는 몇 번 잠도 잤고 그리고 그 뒤로도 조지훈 시인에게는 여러번 찾아가서 술도 많이 얻어먹고 또 정초에 세배도 다니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 뿐 아니라 제가 기질적으로 조지훈 시인의 시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조지훈 시인의 시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많이 읽고 지금도 조지훈 시인의 시는 여러 편을 암송을 할 수 있어요. 지금 읽을 완화삼이라는 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데 이 시도 물론 원고 없이 늘 외우고 그러는 시죠.

 

신경림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조지훈의 시 

완화삼이라고 하는 시 제목은 조지훈 시인이 만든 말이죠. 그러니까 소매를 즐긴다.‘이란 즐긴다는 뜻이 있으니까, 꽃 소매를 즐긴다. 그러니까 풍류적인 말이죠그리고목월에게라는 말이 앞에 붙었는데 말하자면 이 시는 박목월이라는 친구에게 주었던 시이죠이 시의 대구로 쓴 시가 목월의 나그네라는 시인데 아주 유명하죠나그네라는 시의 술 익는 강마을 저녁노을이여라는 말이 바로 조지훈의 시에서 비롯된 시죠그리고 이 시는 조지훈 시인의 어떤 풍류, 토양적인 유후한 사상같은 것을 잘 보여주는 시라는 생각이 드네요제가 아주 좋아하는 시 입니다.


완화삼(玩花衫)


木月에게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